이번엔 사진에 나를 쏙 넣어서 by 데스땡

지난 번, 야딩에 다녀왔을 때 내게 없었던 것이 두가지 있었다. 체력과 카메라. 그러다보니 내가 사진 안에 들어갈 수가 없었지. 이번엔 체력과 카메라 모두를 갖췄지만 배터리가 없었어. -_-; 다행히 '친구'라는 것이 있었고 그 친구는 사진기가 있었으며 그 사진기는 무려 배터리가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어려운 몇단 논법을 거쳐 나는 야딩 사진 안에 존재하는 오브제가 될 수 있었다.



이렇게 올려놔야 여행기 포스팅이라도 할 것 같아서 써 둔다. -_-; 야딩은 정말로 정말로 좋은 곳이다.

운남 두번째 :: 걷고 또 걷기 by 데스땡

음, 운남성에 두 번째로 왔다. 13일동안 호도협, 메이리설산, 야딩을 계속 연달아 트레킹하는 코스다. 해발 2천, 3천, 4천대를 차례로 올랐다. 조금씩 더 숨이찼고 조금씩 더 비현실적이었다. 오늘은 그동안의 피로를 풀러 방갈로 온천에 가서 해발 3400미터의 반신욕을 할 예정이다. 이제 돌아갈 준비를 해야겠고, 이제 한동안 여행 생각은 안날 것 같다. 현실에 뛰어들어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들 사이에서 한동안 걷기만 할 것 같다. 뽕을 뽑았다.

호도협 :: 대륙의 흔한 동네 뒷산 계곡 by 데스땡

1년전만에도 내가 다른 나라 산타려고 여행을 갔겠냐고. 하지만 어쩌다가 가게 되었고, 어쩌다가 진짜 산을 탔고, 정말이지.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호도협은 호랑이가 도약한 협곡이란 뜻이다. 마마나시 게스트하우스엔 호도협을 가려는 양코쟁이 여행자들이 많이 오는데, 영어로 표현하니 이름이 귀엽다. Tiger Leaping Gorge. 사냥꾼이 호랭이를 잡으려고 쫓아가다가, 그 호랑이가 계곡 물을 훌~~~~

쩍 뛰어넘어 맞은편 산으로 도망갔다는 전설이 있어서 그렇게 이름이 붙었는데, 막상 가보면 그거 개구라임을 알 수 있다. 너희들 소비자왕법 상 허위과장과대광고, 의료법상 여행자 유인행위, 질투는나의법상 엄마호도협사줘유도행위등등으로 고소할꺼야. 그러니까 다음에 갈땐 입장료 50위안 깎아줘잉.



하바설산(哈巴雪山)과 옥룡설산(玉龍雪山) 사이의 협곡이고 그 사이로 금사강(金沙江)이 흐른다. 옥룡설산도 영어이름 귀여워. Jade-Dragon Snow Mountain. 얼마나 오리엔탈리스틱한 이름이야~~ 얼마나 신비롭겠어. 옥룡설산은 나시족의 도시 리장을 굽어살피는, 나시족의 성산이다. (이런 설명식 포스팅을 하려고 한게 아닌데...)

그리고 하바설산 옆구리를 따라 트레킹길이 조성되어 있고, 아마도 옛 차마고도의 한 갈래가 아닌가싶다. 트레킹은 바닥에 그려진 화살표를 따라서 가면 되는데, Ancient Path라고 쓰인 걸 보니 몇백년 전부터 관광객이 많았나보다. 물론 건너편 옥룡설산에도 차마고도의 길이 있다. 소위 말하는 조도서로(鳥道鼠路) 새와 쥐만 다닐 수 있는 길. 가파른 산기슭에 칼에 벤 것처럼 줄이 찌익 그어져있다.
아래 흐르는 금사강은 아마 거의 1년 내내 뿌옇게 흙이 섞인 물이 흘러서 금사강인 것 같다. 티벳고원에서는 켜켜히 구겨진 땅을 따라서 산이 솟았고 그 사이로 물이 흐른다. 노강은 벵골만으로, 란찬강은 메콩강으로, 금사강은 장강이 된다. 삼강병류지역이라고 해서 유네스코 자연문화유산에도 등재되었다. (산맥)-강-(산맥)-강-(산멕)-강-(산맥) 이런 식이지. 그러니까 옛 마방들은 차마고도를 따라 큰 산을 넘고 강을 건넜다는거.


인왕산에 올라서 북한산 봉우리를 바라봐도 그게 그렇게 늠름한데, 협곡에 딱 서서 맞은 편의 산을 보면 그 크기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어서 뇌가 적응하고 적용하는 원근감이 사라진다. 내 뇌는 혼란에 빠지고, 이게 가까운 건지 먼 건지 착란에 빠진다. 실제로 앞을 보면 산이 다가왔다 멀어졌다 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그럴만도 한것이 아래 흐르는 금사강의 해발고도는 1900미터, 맞은 편 옥룡설산은 해발 5,596m, 협곡 뒤쪽에 있는 하바쉐샨은 해발 5,396m이다. 그냥 한번에 껶여 내려오는 산등성이의 높이차이가 거의 3500미터. 트레킹 코스의 고도는 2100~2600m이다. 아니 착란할 수 있겠나. 아니 황홀할 수 있겠냐고.

트레킹할 때에 비가 왔다. 구름이 산을 넘지 못하고, 달팽이가 점액질 발자국을 남기듯 한 줄기에 하얀 먹으로 한 획을 긋는다. 정상은 구름에 덮여 보이지 않는데, 오히려 구름위로 옥룡설산의 봉우리가 세상 끝까지 이어져 있을 것만 같다. 습도 100%에 가까웠다. Halfway 게스트하우스에는 나와 같은 행군을 해온 세계 여러 사람들이 모여 앉아 맥주를 마시고 밥을 먹는다. 맞은 편엔 옥룡이의 병풍이 깔려있다. 저벅저벅 걸어왔던 길을 떠올려보면 구름위를 걸어왔던 것 같다. 며칠간 게스트하우스에 전기가 안들어왔더던데 다행히 내가 간날 딱! 전기가 들어와서 온수샤워를 할 수 있었다. 다음날 느지막히 일어나 밥을 주워먹고 천천히 내려갔다. 산길에서 초원길로 슬그머니 바뀌더니 트레킹의 종착점 티나게스트하우스가 나왔다. 이때쯤 하늘이 개었다. 구름 사이사이로 햇빛을 서치라이트처럼 쏘는데, 협곡 양쪽 산등성이가 반짝반짝 빛났다. 물가까이까지 내려갈 수 있다. 며칠동안 온 비때문인지 물이 엄청나게 많았고 아주아주 시끄럽게 흘렀다. 정말 사람을 집어삼킬 것처럼 흐른다. 트레킹 중간에 전형적인 미국인 수다쟁이 아저씨친구를 만났는데 한시도 쉬지 않고 떠들던 그 마이클도 중호도협에서 물만 바라보고 15분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GPS를 통해 기록한 트레킹 루트.  둘쨋날 중호도협으로 내려가는 부분에서 얘가 좀 혼란스러워 한거 빼곤 대체로 정확하다. 소요시간은, 식사시간은 빼고, 걷는 시간+짬짬 휴식시간+멍하니 경치 바라본시간을 포함한것. 사실 조금 더 천천히 걸었어도 되는데 마음이 급해서 빨리걸었다. 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코스자체는 북한산 등산정도인데, 다리가 아프거나 힘들다기보단 숨이 차다. 가만히 서서 심호흡 10초만하면 또 금방 쉬지 않고 갈 수 있을 것같다가 도 금새 숨이 찬다. 첫날은 챠오토우~중도객잔, 둘쨋날은 중도객잔~티나객잔~중호도협~티나객잔.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본 트레킹 루트. S표시한 챠오터우 아랫쪽이 리장방변 위쪽이 샹그리라방면. 빨간푯말에서 앞으로 금사강을 다라 트레킹하면 석두성이나 루구호까지도 갈 수 있는듯. 쿠빌라이칸이 따리국(남조)를 정벌할 때 갔던 루트라고 한다. 트레킹 루트 오른쪽이 옥룡설산 13봉. 왼쪽이 하바설산. 걸으면서 사실 옥룡이의 만년설을 볼 수 있는데, 난 구름이 잠깐 아스케키 처럼 옷자락을 들출때 딱 20초 봤다. 후회는 없다. 비오는 날 호도협은, 진경수묵화 안을 걸어다니는 거랑 똑같거든.


 




내 사진기 내놔라 이 중궈 도둑놈아ㅠㅠ 아이폰 사진으로 대충 막찍어도 이정도..


리장에서 호도협트레킹을 하려면, 리장 게스트하우스 '마마나시(Mama Naxi)'에 가는 것을 추천드린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호도협 트레킹 프로그램이 있다. :: 리장 버스터미널 가서 20원주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으나, 게스트하우스에 전날 이야기를 해두면 가는 사람들을 모아서 터미널까지 갈 것 없이 차를 준비해준다.
2. 어차피 거기 가는 외국인들이 마마나시에 오기 때문에 그 전날부터 같이 식사하면서 친구 만들기 좋다. 호도협이후로 샹그리라, 메이리설산, 야딩등등을 가는 경우가 많아서 자주 보게 되기 때문에 심심치 않네. 미국산 마이클, 뉴질랜드산 제임스, 잘생긴 독일인, 인턴마친 미국인 네명과 샹그리라 고성내에서 자주 마주쳤고, 이스라엘 진상 소녀 네명과는 여기서 얼굴 익히고 야딩트레킹까지 같이 했다오.
3. 아침에 주인장 할머니(aka 마마)가 바나나도 하나씩 뜯어주시고 걸걸한 목소리(나시족은 모계우세 사회다)로 잘 다녀오라면서 한번씩 안아주시고 찻잎이 들어간 주머니도 목에 하나씩 걸어주신다.
4. 제일 중요한 건, 큰 배낭을 메고 갈 필요없이 트레킹 시작할때 버스에 두고 내리면, 트레킹 종착지 티나게스트하우스에 맡겨놓는다. 다음날 산 내려와서 티나에서 찾아 다음 갈길 떠나면 오케이.
프로그램 비용은 35원. (입장료 50원은 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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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진심으로 애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