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개 :: 쌍화점에서 로큰롤인생~ 예스!! 맨~ by 데스땡

요 근래 몇주동안 본 영화 세개에 대한 짧은 감상이나 남겨야지. 지금 몸을 움직이긴 너무 귀찮고, 사실은 여왕님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 다른 깊은 생각이 안나므로, 아주아주 짧게.

예스맨
짐 캐리,주이 드샤넬,브래들리 쿠퍼 / 페이튼 리드
나의 점수 : ★★★


짐캐리의 코미디는 언제나 어느정도 이상은 해주니까, 그래도 그냥저냥 보는 편이다. 게다가 이건 데이트 영화였으므로, 끝나고 웃고 나올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섞인 선택이었다. 원래 내가 좋아하는 흐름은 기-승-전의 클라이막스로 향한 오르막길이 '결'을 통해 해결되다가 마지막에 '반'에 의해 모두 무효가 되는 종류의 것이다. 여기서 '반'은 반전이 아닌데, <유주얼 서스펙트>이후로 반전이 유행이 되어버린지라 그냥 억지로 뒤집는다고 다 삼팔광땡이 아닌것처럼 놀래기위한 반전은 즐즐즐. 내가 생각하는 영화는 현실의 반영이지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원더랜드가 아니기때문에 현실감없는 희망은 담배연기-실체가 없되 해롭다-와도 비슷한 거라고 믿으니까, '반'이란 결국 이러니저러니 해도 현실은 어쩔 수 없다네~ 정도의 메시지를 막판에 던져주면 오케이. 근데 이런 영화는 혼자보고 '오오 대박' 읊조리며 영화관을 나오는게 어울리므로, 이 날은 그래, 대중적인 <예스맨>을 선택했다.

어떤 이는 이 <예스맨>이 '자기계발서'같다고 했는데, 아주 좋은 비유다. 말하고 싶은 건 '긍정의 힘'이 우주를 바꾼다는 <Secret>과도 비슷하지만 <Secret>은 역시 돈의 나라 미국에서 나온 것이니만큼 꿈과 희망 = 금전적 이득 이라는 전제하에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칼뱅이 직업소명에 의한 돈벌이는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생각해도 된다고 했던 개신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우주가 신'이라는 식의 범신론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어쨌건 희망의 종교는 부를 너에게 줄꺼야.. 라는 문법이 아주아주 거슬렸던 거지같은 책. 심계내과 수업시간에, 마음이 육체와 우주를 지배한다...는 뜻에서 교수님이 보여준 것이긴 하지만, 그 교수님또한 '독실한' 크리스챤이고 마음수련을 수련 그 자체보다는 의술의 하나로 이용하는 분이시라 (누구 덕에 요새 이미지가 나빠진) 실용주의측면에서 이해하셨기에 선택한 시청각교재였던 듯 싶다. 동양에서의 마음, 희망, 善 등은 물질적인 보상은 물론이요 정신적인 평안을 일부러 바라는 것까지도 욕심으로 보고 그것에 사로잡히면 괴물이 된다고 가르치므로, 그 동양적 마음가짐이 사람을 만들것이라고 확신하는 나로선 그닥 매력적이지 않은 사상이다. 잠시 이야기가 곁으로 새고 말았는데, 이 <예스맨>은 사상을 구체화 시켜서 재미까지 넣어야 하는 오락영화이므로 그정도는 충분히 봐줄 수 있다.

영화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웃기고, 해피엔딩이다. 짐캐리는 젊을 때보다 나이가 들면서, 거칠어지는 피부만큼 한땀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주고, 깊어지는 주름만큼 보는이에게 위안을 준다. 좀 더 의식있고 페이소스 담긴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마지막 장면까지 깔깔깔 웃고 나왔고 바로 이 다음에 0.8만원의 행복이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이 날은 구름위에 떠있는 듯, 영등포역 콘크리트 바닥도 스폰지처럼 폭신폭신했으나, 지금 돌이켜보건대 <열심히 한다고 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과 비슷하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다 긍정적인 결과가 이어지는 것만은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어졌다. 부정적인 사고 방식덕에 부정적인 결과가 유발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으나 (아니 오히려, 심하게 맞는 말이지.) 그렇다고 예스 예스 하기만 한다고 잘 될 것이라는 허황된 희망은, 부정에서 허우적대는 이들을 더 깊이 끌어내릴 수가 있다. 마음이 약해진 사람에게 주는 큰 기대는 마약이다. '거봐, 예스예스했지만 안되는 일도 있잖아.' 싫은걸 싫다고 하는 것도 즐기지만, 좋지만은 않은 것의 좋은 면만을 부각, 과장, 찬양, 고무하는 것도 난 참 싫어한다. 그러니까 만병통치약이 나오는 거 잖아. 이 약은 어디에도 좋고 어디에도 좋고... 어떤 교수님이 말씀하셨지, 한의사들 티비에 나와서 '이건 어떤 사람에는 안좋고'도 얘기해야 한다고. 그걸 쏙 빼먹으면 약장사 혹은 사기꾼 혹은 다단계나 다름 없다.

재미는 있었으니 별 세개.

로큰롤 인생
밥 실먼,아일린 홀,밥 샐비니 / 스티븐 워커
나의 점수 : ★★★


이건 꼬맹이랑 아트선재센터에서 본 영화.
간만에 본 본격 마이너 영화.. 요새 시네큐브같은 시네마테크에 너무 관심이 없었기에 잠시 반성.. 홍상수감독의 <밤과 낮>도 작년 유료관객 동원 10,000명 내외라고 한다. 요새 스폰지하우스니 시네큐브니 해서 흥행영화가 아닌 영화들도 시장이 넓어졌다고 하지만, 그래봤자 몇천명을 조금 넘는 영화들이 수두룩하다는 거. 덕분에, 뭔가 괜찮은 영화, 보고 싶은 영화가 전용관에서 개봉한다고 해도 발을 구르며 일단 조바심부터 생긴다. 아, 이거 곧 내려갈텐데... 게다가 지방에라도 살고 있다면 캐낭패.

아주아주 노인들이 로큰롤을 부르는 합창단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담은 음악다큐다. 밥 실먼이 그 단장이고, 노래연습을 시킨다. 고령이다보니 공연연습도중에 유명을 달리하시기도 하고, 역전의 용사들이 울혈성 심부전으로 몸이 땡땡부어있기도 하고, 갑자기 지병이 악화되기도 하는 바람에, 복선도 내러티브도 없기에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마음이 철렁철렁하다. 이런 영화보면, 소위 한민족이 가무에 능하다는 말은 뻥인 것 같다. 한민족이 머리좋다는 식의 우성학적 민족주의정도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캔캔캔 유 캔캔 하는 식의 박자가 어려운 노래야 7,80먹은 노인네들이 따라하기 어려운 것이니 논외로 치더라도, 참 할매할배들 노래 잘하신다.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의 유머유머유머. 이게 리얼다큐이다보니 배우들을 특별히 섭외한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현실을 비트는 유쾌한 센스에, 과연 이분들이 20세기 초반에 태어나신 분들 맞나 싶더라. 그에 비하면.... 음, 뭐 힘든 시기를 살아오셨으니 각박해지는 거야 어쩔 수 없다쳐도..... 난 관공서나 정부, 심지어 대통령까지 '선진선진'거리면서 아직도 개발도상국의 열등감 폭발 하는 모습을 참기 힘들지만, 어쨌거나 선진국은 공구리치고 수출많이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의 여유와 배려, 똘레랑스라고 해도 좋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해도 좋고... 그런 베풂과 여유가 '바보짓'으로 취급되지 않는 사회에 들어가야 졸라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 후져빠진 대통령과 그 집권세력들, 그리고 꼰대들 생각하니 또 성질 뻗치네. 하여간, <로큰롤 인생>을 보면, 소위 선진국의 노인들 모습을 원없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음정과 발성이 불안한 노래를 들으며 그들의 진정성 담긴 비트에 얼쑤절쑤 신이 난다. 촬영도중에 하늘나라로 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쌍화점
조인성,주진모,송지효 / 유하
나의 점수 : ★★★


쌍화점의 줄거리와 빈틈을 찌른 감상평중 단연 이게 최고 인듯. 웅성웅성한 쌍화점 얘기(가하님 블로그) 줄거리와 웃음 포인트는 이걸로 대체하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평생 인연이 없을 듯한 청주CGV에서 보았는데, 세상에나.. 무슨 극장이 그렇게 좋아. 새로지은 극장이라 의자와 스크린등듸 시설이 후덜덜.. 대전촌놈 충북도청소재지에서 두리번거렸다.

시작하자마자 큰 웃음이 빵터진다는데, 그리고 영화보는 내내 웅성거림이 끊이질 않는다는데, 역시 서울사람들은 깍쟁이라 참지를 못하는 거지. 충청도사람들은 정말 키득거리지도 않고 조용히 영화만 잘 보더라. -_-; 이런 영화였으면 까대면서, 손가락질 해가며 보는 맛도 있을텐데.. 그 시작하자마자 조인성의 '아잉, 전하아아아응!' (실제로 이러지는 않습니다.) 대사에서 난 푸하하 웃었는데, 주변에선 잠잠잠.. 지역마다 이렇게 다르구나. 그 이후로 그냥 닥치고 감상.. 근데, <색, 계>만큼 격렬한 섹스신이라는 얘기를 들었으나 송지효와 조인성의 응응응이 그렇게 치명적으로 야하지도 않았고, 그냥 송지효가 큰 맘먹었구나.. 싶은 정도? (난 이날 송지효를 처음 봤다.) 그리고 주진모와 조인성의 할딱씬을 보니 얘네 NG안내려고 한벙에 열심히 찍은 듯하구나.. 하지만 <앤티크>의 할딱거리는 것보다도 별로였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손발이 오그라지는 느낌. 오우 노..좀 더 감정을 잡았어야지. 아무리 찍기 싫었어도.

그나마 영화를 살려준건 주진모의 연기덕분이었네. 마지막 칼싸움씬에서 조인성은 왕과 왕비에 대한 양다리 사랑 앞에서 고뇌하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줘야 했지만, 이건 뭐 귀여니 연애소설에서 나올법한 치기? 허세? 아니면 츤츤데레? 주진모에게 조인성이 한번도 정인으로 생각한적 없었다고 내뱉는 부분이 너무 평면적이었으나 그에 비해 주진모는 지킬앤 하이드처럼 양면적이었다. 조-송이 떡치는 장면을 엿볼때도 그렇고 영화내내 그러다가 마지막 '님아, 어디갔다 인제 왔삼? 자리비움이 왜 그리 오래 있었삼?' 하는 장면에서도 아.. 이 사람 맘이 많이 아프구나. 라는 걸 느낄 정도로 잘 해줬다.

고려판 사랑과 전쟁이라는 평도 있었는데, 아유 어쩜 그리 기발하실까. 그리고 조금 특별한 삼각관계라고도 볼 수 있었겠지만,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보면 남-남-부인 의 삼각관계가 자연스러울 수 있었던 이유는 남-남의 사랑이 성별을 뛰어넘는, 사람끼리의 사랑으로 보였기 때문이었으나, <쌍화점>에서는 일단 남-남의 사랑이 그리 탄탄해야만 하는 이유를 그리 치밀하게 제시하지 못했고(그냥 처음부터 주어진 것이었으니까) 조인성이 연기를 못했고-_-; 결정적으로 삼각형의 소외된 꼭지점이 '왕'이라는 점 때문에 권력관계가 삽입이 되면서 '사랑' 혹은 '떡정'만으로 쇼부를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감정적으로 제일 비참하게 되는 사람이 가장 큰 권한을 휘두를 수 있게되다보니 관계가 어그러지는 건 시간문제. 셋이 모두 행복해지는 일은, 없을 것같다. 만약 그 세개의 관계중 적어도 두개는 진실했다면 모두 연락을 끊던가, 아니면 다 죽던가. 아니면 남자 두명이 고자가 되던가.



내가 고자라니!!! (원본)



조인성이 고자가 될 것을 예견한 동영상..(출처는 디씨 힛갤)
예언력이 후덜덜


짧게 쓴다는게 또 길어져버렸다 -_-; 약속 못지켜서 죄...죄송합니다.

덧글

  • 페리 2009/01/18 19:56 # 답글

    푸하하하 마지막 동영상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군요; 그런것이었군요 ㅎ
    랄까 쌍화점은 혼자가기 뭐하고 같이갈 사람 없어서 보러 못갔지 말입니다;
  • 데스땡 2009/01/19 14:19 #

    혼자가서 보셔도 괜찮을 듯 싶어요- 그나저나 마지막 동영상 원제목이 <발기해서 생긴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 2009/01/18 20:0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데스땡 2009/01/19 14:23 #

    큰 일 치른 다음에 보고 오셨다는게 이거였나봐요.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다는데, 비공개님은 좋은 쪽이신듯해요. 약간의 치유효과라니, 하하. 저는 영화보다 만두가 더 탐나더라구요.
    샘까지내주시다니, 어서 실한 놈을 고르셔서 대중의 분노를 일으키시길 바랍니다. :)
  • 2009/01/18 23:1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데스땡 2009/01/19 14:25 #

    제가 별점에 좀 짠 편인것 같아요. 별네개는 아주 재밌는 거거든요. 제 인생에서 제일 좋았던 영화인 <클로저> <매트릭스>같은 것들도 네개반까지밖에 못주겠어요. 다섯개는 훗날 눈물 질질 흘리며 기뻐할 그 날을 위해 남겨뒀지요. <로큰롤 인생>도 그렇고 <부에노스 아이레스 탱고 클럽>도 재밌을 것 같아요. 추위를 박차고 극장으로 고고고-
  • 2009/01/18 23:4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데스땡 2009/01/19 14:27 #

    아주 바쁘고 후끈했습니다~
    비공개님의 반전은 벌써 이글루스인들을 엄청 낚았잖아요. 그래서 전 이제 님의 반전이 어떻게 나올까 목구멍이 간질간질한채로 글을 읽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걸 뛰어넘기에 단골이 된거구요. 여기요~ 참구라 한소끔 더 주세요. 여기 구라 아주 찰지고 좋네.
  • 하루 2009/01/25 02:27 # 삭제 답글

    영화 <미인도>의 권력관계와 <쌍화점>의 그것이 비슷한가보군요
    대략 어떤 맥락의 스토리인지 감이 잡히네요 ㅎㅎ
  • 데스땡 2009/01/26 12:26 #

    <미인도>는 안봤는데, 그 영화도 그런 스토린가봐요? 밀려난 애가 사실은 제일 힘쎈애. 그럼 복잡한 것 같아요. 교수-수련의-간호사의 삼각관계에서 교수가 밀려난 다음, 그들의 학위와 보직은 어떻게 될 것인가 둥둥둥. 영화 <침술원> <경혈도> 의 시놉시스에요.
  • 하루 2009/01/27 16:19 # 삭제

    ㅋㅋㅋ 수련의에게 엄청난 양의 잡팅이 떨어지겠군요 ㄷㄷㄷ
  • 데스땡 2009/01/27 23:48 #

    현명한 수련의라면 삼각관계에서 물러나겠죠-
    아무리 로맨스라도 현실은 시궁창이니까요-_-;
  • 식연 2009/01/28 00:37 # 답글

    전 쌍화점으로 6000원어치 웃었는데, 서울에서 봤는데도 극장내 아무도 웃지 않아서 참느라 괴로웠어요. 자르라 이후 '내가 고자라니!'가 계속 조인성 얼굴 위로 오버랩되어서. 근데 그 극장에선 아무도 안 웃었을까요 ㅠㅠ
  • 데스땡 2009/01/28 11:56 #

    식연님, 저도 초반엔 빵빵 웃다가 나중엔 큭큭 소리죽여 웃느라 좀 답답했어요. 난 풉풉 계속 웃긴데 정말 아무도 안웃는거에요!! 저도 고자라니가 떠올라서 잠시 몰입이 안되었습니다. 음청 답답하셨겠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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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진심으로 애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