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라라멘 :: 나가사키, 구마모토, 하카타, 하카타 by 데스땡

꼬리꼬리하고 찐득한 라멘국물은 언제나 그립다. 저 북쪽의 시오-쇼유-미소라멘도 맛있지만 역시 내 입맛에 라멘은 하카타. 그 맛을 찾으려고 한국에서 라멘집을 찾아봤으나 돼지들의 영혼까지 우려낸 맛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하카타 라멘앞에서 착한 돼지, 나쁜 돼지를 구분하는 자비란 없다. 크리스마스에 꿀꿀대지 않았던 돼지라고 하더라도 규슈인들은 꺄오. 홍대앞의 하카타분코나 멘야도쿄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안가봤고, 그나마 나고미라멘은 조금 연한듯하지만 입에 맞는 편이고. 여하간에 아쉽고 아쉽다.

라멘라멘 노래를 불렀다. 꼬리해 너~~무나, 찐득해 너~~무나. 가슴이 너무 시원, 라면 라면 라면, 그래도 널 사랑해. 헤야헤야헤야 워닝워닝 노노! 지난 여름에 이런 노래도 만들었다. 근데 무한도전에서 <냉면>으로 표절했더라. 흥. 칫. 피. 그래서 집착했다. 라멘.

사진 1, 2번은 나가사키 짬뽕이다. 라멘이라 부르긴 좀 뭣하지만 외견상 비슷하니 그냥 묶음. 나가사키에 있는 차이나타운에 굳이 찾아가서는 아무데나 들어갔다. 다행히 일본말로도 짬뽕은 짬뽕. 발음이 아주 약간 다르지만, 경박하고 품위없긴 매한가지. 기본 짬뽕을 시키려다가 음식샷에 올려진 고깃덩이를 보고 1200엔짜리 짬뽕으로 바꿨다. 장조림같이 짭쪼름한데 아주 연해서 포슬포슬 부서지는 고기 한덩이가 추가된 짬뽕. 날도 조금 흐리고 비도 조금 오니 짬뽕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더라.

사진 3, 4번은 구마모토 교통센터 지하에 있는 桂花라멘집의 太肉면. 말그대로 큰 고깃덩이가 들어간 라멘이다. 하카타보다 면이 조금 굵고 연하며, 양배추가 들어간다. 미역줄기도 있네. 맛은 쏘쏘. 산큐패스에 100엔 할인쿠폰이 있어서 들어갔지롱.




이제 천상의 하카타라멘. 지상낙원에 카페테리아가 있다면 피자, 떡볶이집과 함께 하카타라멘집은 꼭 있을꺼야. 그래야 천국갈 희망이 있지. 그 옆엔 하카타 라멘에 자기 뼈를 우려준 돼지들이 소크라테스처럼 문답을 하며 자신들의 의미를 찾고 있을게 분명하다. 아, 배부른 소크라테스 돼지. 축생이라도 전생에 라멘국물이 되었다면 그 정도 윤회는 기본. 그래야 인과응보. 니르바나. 난 그냥 현세에 라멘을 먹고 니르바나에 들어갈래. 다시한번 외쳐보자. 하카타 - the 니르바나 - von 라멘상. 꺄악. 팬이에요.


아래 첫번째, 두번째 사진이 이치란(一蘭) 텐진 본점의 걸작. 칸고쿠 메뉴 구다사이. 했더니 한국어가 쓰인 주문서를 가져다준다. 모두 기본 옵션을 선택했던 지난 방문과는 달리, 진한맛-마늘추가-매운조미료빼기 등등을 선택했다. 독서실 옆칸에서 풍겨오는 진짜 꼬리한 냄새를 맡으며 기다리니 내 앞에 덜렁 내려오는 빳빳한 면. 올레! 한입 떠 넣어봤더니 국물이 얼마나 진한지 목이 다 칼칼하다. 코박고 먹었다. 그러다가 콧구멍에 국물이 조금 흘러들어갔는데, 너무 끈적이고 진해서 콧구멍이 붙어버렸다. 코가 막히고, 인후가 깔깔하고, 국물에 몸에서 열이 후끈. 이게 바로 돼지독감? 신종 라멘 바이러스 H1N1 (Hakata rameN, 넘버 원원)  680엔.


아사히 맥주 공장에 가서 맥주를 들이 붓고, 바로 해장할 필요를 느꼈다. 필요는 발명 아니, 라면의 어머니란 속담도 있으니까 잇푸도 다이묘 본점으로 찾아갔다. 시간도 어정쩡해서 자리도 많고 좋더라. 가장 아랫 사지에 보이는게 한그릇의 가격 800엔이다. 여행의 막바지라서 동전 처리에 심혈을 기울였다.

잇푸도는 좀 덜 꼬릿한 대신에 국물이 더 시원하고 향긋하다. 해장에 이렇게 좋을 수가 없지. 즉석으로 해장되는 느낌. 머릿속이 맑아지고 뿌연 맥주 거품이 뇌에서 사라진다. 토핑에 반숙계란이 들어간다는 점이 다르고, 마늘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으깨어 넣을 수 있더라. 그 마늘 으깨는 기구가 탐났다. 집에 있는건 1000원 샵에서 산 거라 온 몸을 비틀어야 되던데... 아, 라면얘기로 돌아가면, 구마모토 라멘과 다르게 하카타라멘은 하얗다 못해 국물이 흙색이다. 아, 사랑스러워.


9월 13일 밤에 나카스 강변에서 캔맥주를 딴 다음에 해장하려고 찾았던 '멘짱'이란 라멘집은 문을 닫았다. 아쉬우나마 포장마차에서 600엔짜리 라멘 섭취를 하게 되었는데 국물이 덜 노래서 아쉬웠다. 하지만 역시 하카타 라멘답게 면에 빳빳해서 너무 좋았다.


아, 홍대앞의 하카타분코나 멘야도쿄를 가봐야 하나. 건대입구의 우마미도나 분당서현역의 새로생긴 라멘집은 너무 멀긴 한데, 홍대앞에서 기다리는 시간 빼면 비슷하려나. 아아아.

덧글

  • 2009/09/16 22:5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데스땡 2009/09/16 23:18 #

    오, 한국에서 라멘집 괜찮은 곳 있으면 추천 좀 해주세요. 록시 아나요 거기서 딱 마주치게 될지.
  • 2009/09/17 13:30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데스땡 2009/09/17 21:19 #

    iarn// 거.. 이름이 뭐더라.. 오꼬노미야끼도 괜찮단 얘기 들었어. 근데, 너무 멀잖아. 차라리 손소야 종로나 신촌, 이태원같은 곳이 서로에게 편하지 않겠니? 분당에 유명한 맥주 양조장이 있는것도 아닌데, 청량리-분당. 홍제동-분당을 이동하는건 자학게임이야. 생각난김에 연락한번 해봐야겠구나-
  • 은사자 2009/09/19 04:06 # 답글

    으아...이 라멘의 향연...*_* 저도 북쪽 나라 라멘 삼총사보다 찐하고 꾸리꾸리한 돈코츠가 좋아요~ 전 건대입구 우마이도는 가봤는데 음.. 맛은 괜찮은 편이었지만 본토맛을 생각하면 11프로 정도 아쉽더라구요. 아..진짜 라멘먹으러 일본 가고 싶다.. ㅠㅠ 그나저나 라멘송이랑 H1N1이라니...으하하하..내가 못살아요.. 위에서부터 포스팅 줄줄이 보면서 내려왔는데 초창기의 자매님 입담이 마구마구 살아났다능! 사진도 다 정말 먹음직스러운 것이... 아휴...이 새벽에.. ㅠㅠ ㅠㅠ
  • 데스땡 2009/09/21 17:28 #

    아하, 근처라서 이미 가보셨군요- 11%나 모자라디니!! 한국과 일본은 돼지 종이 다른걸까요!! 왜 그 국물과 면 맛이 안나죠!! 아아. 저도 다시 가고 싶어졌어요ㅠ 괜히 욕망만 더 크게 불려 온 느낌이죠.

    정말 요새 고군분투 중인가봐요? 이 새벽까지 잠 못이루는 홍콩. 저도 요새 진로문제로 이리저리 고민중인데, 논문 쓰는 초이스에 대해서는 자매님 포스팅에 달린 덧글들 보며 도움이 많이 됐어요. 물론 한국의 대학원 연구실은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기에 다른 면도 생각해 봐야하겠지만 그런 연륜있는 덧글을 수십개씩 받을 수 있다니.. 은사자 덧글 알바 예정자로서, 그 귀한 에센스가 무지 탐났죠~
  • 킬링타이머 2009/09/21 03:02 # 답글

    윗 님 추천으로 잘 다녀갑니다 ㅎㅎㅎㅎ
    입담이 참 좋으십니다.
  • 데스땡 2009/09/21 17:30 #

    어랏~ 방문에 감사하빈다. 저도 윗님의 추천을 받았었어요. 그래서 지켜보고 있었죠;;;
    칭찬 감사드리지만, 듣기론 킬링타이머님의 입담도 만만치 않다더군요? 반가워요~
  • 하루 2009/09/25 13:47 # 삭제 답글

    ㅎㅎ 마침 점심메뉴로 돈코츠라멘을 먹고 와서 좀 보기가 낫네요 ㅋㅋㅋ
    저 사는 가락동에도 나가사키짬뽕 맛있게 하는 가게 있어요 ^^
    분당갈거면 이쪽도 괜찮다능.. ^^
  • 데스땡 2009/09/25 18:51 #

    아니, 어디서!! 어디서 드셨나요, 동대문구쪽에도 오이시 라멘집이 있단 말인가요? 근데, 저 서울의 서쪽 생활권이라 동대문구도, 가락동도 멀고 멀어요. 담에 서울가면 홍대에 가봐야겠어요.
  • 하루 2009/09/29 18:02 # 삭제 답글

    ㅋㅋㅋ 아뇨. 스시히로바에 라멘세트가 생겼네요~
  • 데스땡 2009/09/30 14:20 #

    아, 비슷한 종류의 회전스시집에 갔다가 그런 세트 저도 봤어요. 근데, 직접 육수를 우리지 않고 수입 농축육수를 쓸거같아서 안먹었죠. 아아아 돈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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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진심으로 애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