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캇포우 야마쵸우 (寿司割烹 やまちょう) :: 두번째 비싼 밥 by 데스땡

자, 어디서 스시를 맛지게 먹을까 고민을 했었다. 그래 한번은 근사한 스시집에서 잡솨보자. 그래서 고른 곳이 이곳, 스시캇포우 야마초우. 텐진거리에서 멀지 않고, 런치메뉴가 있었으며, 맛있다는 얘기도 많아서 낙점했다. 다른 이들은 3600엔짜리 세트를 강력 추천했지만, 난 바로 조금 전에 이치란에서 라면을 한사발 먹은데다가 바로 이어서 아사히 맥주공장에 갈 계획이었으니까 2100엔짜리 메뉴를 시켰다. 나처럼 먹다 죽는 여행계획이 아니라, 정상적인 점심식사라면 3600엔짜리 메뉴가 엄청 괜찮을 것같다. 요 아래 포스팅했던 바사시 가이세키요리 다음으로 이번 여행에서 비쌌던 밥. 생각해보니 정말 몇백엔짜리 식사들로만 그렇게 돈을 많이 썼다니, 경비도 한번 계산해봐야겠는걸? -_-;

한자가 쓰여있지 않은 음식점은 내가 못찾아가겠다. 다음엔 꼭 일본글자 공부해서 가야지. 여긴 한자가 네글자나 있어서 다행이었는데, 외부도 zen스타일의 건물이라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듯. 나도 두어 발자국 더 갔다가 저기가 남의 살이 퍼덕거리는 곳이겠지? 하는 막연한 삘로 돌아봤더니 '스시캇포우 야마초우' 브라보 짝짝짝.

어서오시라는 말에 어색한 웃음을 짓고 손가락 하나를 펴서 인원수를 얘기하니, 서빙하는 직원이 알아서 한국어 메뉴를 가져다준다. 맥주부터 시켜놓고 주문 성공.



애피타이저


아사히 맥주는 진실 혹은 거짓? 진실입니다.


새콤한 소스의 해산물, 입맛이 벌써 벌떡벌떡.


카운터석 앞에 앉았는데, 앞에 놓인 접시에 초밥을 쥐어서 바로바로 올려준다. 밥에 간이 되어있으니 간장 없이 그냥 먹어도 된다는 이야기를 길~게 일본어로 하시더니, 내가 그냥 생긋 웃자 '그냥 드세요' 한마디 해주신다.

마치 이런것처럼

이번 정차할 역은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가 넓사오니 내리실 때 발이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what?
Watch your step.

이게 한치초밥이었을까? 주실때마다 뭐라고 알려주시는데 내가 알아들을 수 있어야지. 한입 씹을 때 내 눈이 똥그래졌다. 너무 맛있어서. 우와~

비싼 점심메뉴에는 초밥이 8개라던데 2100엔짜리는 초밥이 5개. 근데 하나같이 맛있다. 어헝헝. 역시 명불허전이구나. 씹을 때 진짜 회가 아삭아삭 거리고, 밥도 부슬거리며 공기를 꽉 함유하고 있더라.

이건, 나도 알아. 성게알이잖아. 근데, 이것만 한국어로 설명해 주시네. '송게~' 아, 아리가또. 하지만 나도 안다고. 이것도 입에 넣었다가 깜짝 놀랐다. 원래 이렇게 고소한거구나.. 하코다테에서 해산물 덮밥 산슈오코노미돈에 성게알-연어알-게살이 섞여있는 걸로 먹었을땐 그저 맛있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는데, 이렇게 하나씩 먹으니까 각각의 맛을 알겠다. ㅅㅂ 진자 맛있다.


연어알. 내게 노크를 해줘 베이비 톡톡톡. 진짜 상큼하게 생그럽게 터져온다.


디저트로 나온 고구마 사과 무스. 이것도 설명해주셨구나. '거그마 사가 무쓰'

아주 맛있었다고 말씀드리자, 얘기를 나누고 싶으셨는지 일본어를 할 수 있냐고 물어보셨지만, 난 할 수 없는걸. 손님이 나밖에 없어서 오히려 주방장을 접대하지 못해 미안한 손님은 조용히 일어나서 맥주값포함 3000엔정도를 계산하고 묵묵히 글을 나섰다.


왼쪽은 텐진, 오른쪽은 캐널시티. 지도로 찾기 쉬우니 추천에 추천. 회 각각의 맛은 잘 몰라도, 무지랭이에게도 희열은 온다고 정말 맛있는게 뭔지는 알겠다. 그러니까, 마지막 밥집으로 공항가기전에 스시온도를 가봤다. 100엔 스시의 레전드, 한국인들이 많이들 간다던데 나도 가봤다가 이게 뭐야! 분노에 차서 나왔다. 일단 밥이 너무 맛이 없고, 생선도 그냥 그저 그랬다. 특히 장어초밥. 뭐 스시온도에 대단한 기대를 한건 아니었으니 그래도.. 그래도..

하지만, 스시온도에서 마지막 엔화를 모두 소비하고 한국올때 남긴게 50엔 이하였던 것은 자랑. 그거 유니세프 동전통에 넣은 것도 자랑. 지금 이순간 야마초우에 또 가고 싶은 건 안자랑.

덧글

  • 카이º 2009/09/21 20:48 # 답글

    우오오~~ 스시!!!

    역시 대단한 포스입니다 ㅠㅠ
  • 택씨 2009/09/22 09:52 # 답글

    와아!! 스시.
    성게 위에 것은 전갱이 같군요.
    ㅎㅎㅎ. 주방장을 접대못한 손님이로군요.
  • 데스땡 2009/09/23 16:40 #

    아하, 일본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전갱이군요. 전 일본에서 먹는 등푸른 생선 초밥이 너무 좋아요. 한국에선 너무 비싸지만, 일본에선 그닥 비싸지도 않고 비릿한 향도 좋고.
  • 룰루랄라 2009/09/22 10:10 # 답글

    우와!
    회에서 빛이 납니다 +_+ 게다가 저 적당한 거품에 이슬이 맺혀진 맥주라니... 크... ㅠㅠ
    다음번에 가게 된다면 꼭 들러봐야겠군요.
  • 데스땡 2009/09/23 16:41 #

    저 자리가 구석자리라 조명의 도움을 받지 못했는데도 빛이 나지요~ 조명빨 더 받았으면 대박이었을텐데, 하하. 맥주는 식당에 들어가면 습관처럼 시켜요. 나마비루 구다사이. 그러면 맥주잔이 제 앞에서 부끄러워 땀을 뻘뻘 흘리죠.
  • 2009/09/22 10:1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데스땡 2009/09/23 16:45 #

    이해 하다마다요. 제가 그때도 이해했을거 같은데요? 게다가 그냥 일본도 아니고 북해도산 스시잖아요. 으헉헉. 돌아와서도 회를 먹고 싶었는데 이제 신선함같은 것보단 그냥 '많은 양'에 집중하려고 했었어요. 맛은 그냥 적당히 포기하기로~~

    그 업보, 제 운명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피하지 않겠습니다. 낮은 곳으로 임하여 스스로 고행을 하는 성자처럼 틈나고 여유있을때마다 업보 계속 쌓으려구요. 업보 적립 대행서비스도 가능하니까 여비를 계좌에 부쳐주시면 제가 쌓아올게요. 그럼 비공개님은 자유로운 삶을 사시는거고, 저는 사람을 구원한게 되는거죠.
  • 은사자 2009/09/25 17:41 #

    푸하하하하하... 아...이런 억지쟁이.. ㅎㅎ
    오늘 와서 사진을 다시 보니까 "식욕이 발딱발딱 스시" 너무 먹고 싶어요ㅠㅠ
  • 데스땡 2009/09/25 18:45 #

    억지라뇨~ 1:1 등가교환에 따른 공정거래였다구요!! 게다가 스시문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공정한 여행이기도 하구요~~~~ 으흐흐.
    벌떡 일어'스시'곤하는 식욕은 아무리 애국가를 4절까지 불러봐도 사그라들지가 않는군요ㅠ 홍콩도 나름 바닷가인데 스시가 썩 괜찮진 않나봐요. 난 홍콩에서 안살아야지. (2)
  • jinnie 2009/09/22 10:25 # 삭제 답글

    성게알. my all-time favorite. 바탕화면 지정 ㅋㅋ
  • 데스땡 2009/09/23 16:46 #

    예전엔 한국에서 성게알을 거의 못먹었다나봐,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되었는데 요새 성게가 풍년인지 아님 양식이 잘되는지 예전보다 훨씬 대중화 되어서 일반 횟집에서 스끼다시로도 나온다네. 근데, 저 사진을 바탕화면 지정했다고오? 아유, 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사진은 별론데말야..
  • jinnie 2009/09/23 13:46 # 삭제 답글

  • 데스땡 2009/09/23 16:46 #

    흐흐, 그 책을 쓴거보다 난 그 로맨스에 더 관심이 뿅!
  • 베리배드씽 2009/09/23 22:56 # 답글

    요즘은 한국에서도 스시가 대중화됐는데 정작 맛있는 데는 별로 없잖아요. 이쁜 건 물론이요,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이네요. 생선이 밥을 완전히 감싼 게 맛깔나 보임.ㅎㅎ
  • 데스땡 2009/09/24 14:25 #

    그쵸~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은 스시집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거나 아주 비싸거나. 바닷가에 가도 그닥 시원찮구요. 괜찮다는 회전초밥집은 어찌나 비싼지. 어쩔 수 있나요, 괜찮은 스시 먹으려면 앞으로 돈을 조금 더 써야할듯해요.
  • florists 2009/09/25 02:14 # 삭제 답글

    너무 너무 이쁘네여. 스시 하나 하나 색깔과 그릇까지도 예술입니당
  • 데스땡 2009/09/25 18:46 #

    하나하나 먹는데 막 아깝더라구요. 원래 먹는 속도가 빠른편인데 여기선 천천히 먹었습니다.
  • 하루 2009/09/25 14:21 # 삭제 답글

    ㅋㅋ 초밥 사진은 정말 대박인데요~ :) 잘찍으셨습니다. ㅎㅎ
    저 위에 링크는 클릭해보지 않아도 알 것 같네요. 아마 프랑스 데스탱 전 대통령의 자서전인가 그거겠죠? ㅋㅋㅋ
  • 데스땡 2009/09/25 18:47 #

    카메라가 좋은거같아요-_-; 저땐 식욕에 눈이 어두워서 조명도 신경안쓰고 각도도 그까잇거 대~충. 그리고 여러장도 아니고 한장씩 방학숙제하듯 찍은다음에 먹기 바빴어요. 아, 요리가 원래 괜찮은 원판을 가지고 있어서 사진이 좋았나?
    아래 추측은, 딩동댕~~ 저도 얼른 자전적 로맨스 소설을 써야할텐데요...
  • jinnie 2009/09/30 14:49 # 삭제 답글

    어 카메라가 진짜 좋은 거 같아 ㅋㅋㅋ
  • 데스땡 2009/09/30 14:50 #

    지니// 아, 파사체가 좋았다고 이제 관점을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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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진심으로 애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