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유럽기07] 유럽 최악의 숙소 Theodore's by 데스땡

2009, 7. 7. 그러니까, 야간열차가 문제였다.

지금 슬로프를 타고 직활강하는 나의 체력으로 볼 것같으면, 아마 3년 후엔 스티븐호킹처럼 목소리도 기계에 의존할 지도 모르는데 야간열차는 꿈도 꾸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철도가 강한 유럽에서 야간열차를 타기로 했다. 숙소비도 아끼고 낭만도 있고. 아하하, 하지만 품위는 없고 샤워실도 없는 줄은 그땐 몰랐었지. 헝가리, 폴란드쪽의 동유럽과 오스트리아쪽의 서유럽은 기차값도 천양지차다. 아무리 유레일 패스가 있어도 야간열차 예약비가 보통 유스호스텔보다 비사다는 말을 들었는데, Budapest, Hungary에서 Krakow, Poland로 가는 야간열차 4인실은 돈을 내지 않았거나 냈다고 해도 5유로정도나 냈을까. 유후!

열차안에서, 크라쿠프로 세미나 간다는 젊은 교수님과 그 대학원생 한국인들을 만나 맥주를 살짝하는 동안 나랑 방을 같이쓰는 Irish guy는 옆방의 뉴질랜드 소녀와 정분이라도 났는지 그 방에서 나오질 않는다. 난 문을 걸어잠그고(동유럽쪽 집시들의 악명이 높아서)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잤다. 노크하라고. 실컷 Flirting했는지 한참후에 쿵쿠쿵 문을 두드리길래 열여줬다. 부러운 색히. 영어를 쓰는 사람들의 장점은 그거다. 정말 언어장벽없이 위아더월드 아니면 유섹시베이베~ 할 수 있다는 것.

6인실 닭장은 사람들이 꽉꽉 찼고, 4인실은 나와 아이리쉬가이 둘이 편하게 잤다. 아침엔 조낸 찌부둥했다. 부다페스트에서 출발할때 색색의 여러 열차들이 한줄로 이어져 있었는데, 밤에 열차가 한참 멈춰있는 느낌이 들었더만 다 조각조각 찢어져서 일부는 프라하로 일부는 짤츠부르크로 분리되어 흩어졌다. 그 중, 특히 낡았던 부다-크라 침대칸은 세면대 물도 나오지 않아 세수는 커녕 양치도 못했다.

지금 봐도 그때의 찌뿌둥이 기억나는 듯한 내 잠자리.pol

일어나서 창밖을 바라보니 회색빛 공산권 국가의 색이 난다. 쎄멘색깔. 개발이 덜 되어 그런가 땅땡이가 넓어 그런가 저런 나대지가 있는 풍경은 한국에서 찾을 수가 없건만은..

전날 밤엔 비가 조금씩 흩뿌리더니 이날은 맑디 맑았다. 좋았어!

하지만 컨디션은 캐시궁창. 세수도 못했지, 한여름이라 창문을 조금 열고 잤더니만 바깥 이슬이 조금은 내 몸에 맺혀 난 요정이 된듯 몸이 무겁고 찌뿌둥하지, 밥도 못먹었고 잠지라도 불편했고 서걱거리는 시트도 그닥좋지 않아서 깊은 잠을 못잤는데 무섭게 생긴 슬라브 여인인 차장이 아침부터 쾅쾅쾅 문을 두드려 깨운 후 주는 여권을 주섬주섬 넣었더니 내 몸을 버리고 싶은 상태였다.


그렇게 크라쿠프역에 도 to the 착. 한국인 교수 일행은 어디 호텔로 가고 난 덩그러니 역에 남겨졌다. 원랜 이 다음날 도착해서 호스텔로 들어가면 되는 것이었으나 할슈타트에 전화기 두고 오는 삽질때문에 하루 먼저 도착했다. 비엔나, 부다페스트, 프라하는 가이드북을 잘 챙겨갔고 나름 이런저런 준비도 했었지만 크라쿠프는 그야말로 호스텔 예약 말고는 아무것도 해놓지 않은 상대로 도착해서 그야말로 어둠의 다크 블랙홀에 빨려드는 느낌이 드는 그 찰나.

한 노인이 나에게 다가와 속삭인다. '방 구하늬?' 그렇다길래 15유로를 달란다. 1박에 20유로 가까운 동네에서 왔으니 싸게 느껴질 법도 하겠지만 난 다른 호스텔을 예약해본 적 있다구! '익스펜시브, 노' 했더니 12유로 해준단다. 난 왠지 이 양반을 따라가면 70년동안 폴란드에서 살았던 전통 서슬라브인들의 가정에서 환대도 받고 이쁨도 받을줄알았지.


1 hour티켓을 끊고 그를 따라 가며 이런 저런 예길 했는데 이름이 'Theodore'라며 내 이름을 붇는다. 듣더니 자기 이름이랑 비슷한단다. 어허. 이쯤 되는거다. '만희' 랑 '마리아'랑 비슷하다고 하는 정도. 그러더니 '사요나라'라고 한마디 한다. 얼마전 일본 여자애들이 묵고 갔다고 했다. 그 말이 깊이 남은 이유를 곧 알게 된다.

아침 출근시간의 크라쿠프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간다. 지금생각해보면 뭐에 홀렸는지 훌렁훌렁 잘도 따라갔네.

여기다. 크라쿠프 여행자들이 절대 가지 말아야할 곳의 주소! 주인은 Theodore. 그는 15유로씩 주고 호스텔에 묵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지기 집에 있으면 12유로에 훨씬더 안락하다고 엄청나게 자랑을 하다니.....



저 길뒤로 오른쪽으로 꺾으면 대문이 나온다. 마당의 풀은 정리되지 않아 바지를 스친다. 문 여는 소리도 음산하다. 열고 들어가면서 '아 씨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내 머릿속엔 '샤워 하고 싶소'가 더 강했다. 별로 좋지 않은 환율로 내 유로를 쯔워티로 바꿨다. 방에 들어갔다. 먼지가 나를 반겨준다. 췸대는, 원래 원색이었던듯한 커버가 바래서 변한 파스텔톤 시트가 깔려있다. 뭐 일단 여독을 풀자, 샤워를 할 수 있냐고 했더니 슈어~ 호기롭게 대답한다. 테오도르.

휴지를 조금 끊어내면서 거기에 불을 붙이고 샤워기 아래 달린 구식 보일러에 불을 붙인다. 달달달달 하더니 물이 나오기 시작하네. 이거 한번 꺼지면 또 휴지를 불쏘시개 삼아서 붙여야 한다고 했다. 일단 뜨거운 물이 너무 좋았다. 거기가지는.

일단 씻고 나와서 버스정류장에 서서 바라보니 정말 기가막힌 집이다. 폴란드의 귀곡산장. 오늘 내 간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젠장.



크라쿠프 중앙시장 근처에서 자전거를 빌렸다. 구시가도 슬슬 돌아다니고 바벨성도 갔고 그 옆의 강옆을 따라 나 있는 자전거도로를 달렸다. 시간이 간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저 멀리 폴란드의 고도까지 갔는데 괜히 비행청소년이 되고 싶어서 광장에 앉아 이런저런 거리 공연도 보고 수첩도 끄적거리고 시간을 보냈다. 11시가 넘어서 이제 들어가야지..하고 무거운 발을 떼었다. 정류장은 술취한 슬라브인들이 무서워서 엄청 눈치를 슬슬 봤다. 정확히 어느 정류장에 내려야 하는지 몰라서 두정거장이나 일찍 내렸더니 어두컴컴한 넓은 초원이다. 교황 요한바오로 2세가 크라쿠프 출신인데,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여기서 장례식이 열렸는데 15만명이 왔다고 했다. 그때 테오도르도 한몫잡았을까. 그 이야기를 할 때 꽤나 신이 났었던 것 같다. 아참, 이날 마이클 잭슨이 죽었다. 아침 신문을 보여주며 그가 말했다. 왠지 MJ를 데려간 저승사자의 친구인 것 같다. 그러고보니 음산한 얼굴이었다. 집에선 세월의 냄새가 진동했었다. 조심조심 저 수풀을 거쳐 조명도 없는 문을 따고 들어갔다. 보일러 불 붙일 재주가 없어서 찬물로 세수를 하고 나왔더니,

오 씨바.

테오도르가 '들어왔냐?' 면서 설렁한 셔츠를 주워입고 나선다. 불 하나도 켜져 있지 않은 집에 80은 넝은 듯하고 초췌한 검버섯까지 얼굴에 붙인, 깡마르고 음산한 노인네가 밤에 다가왔다. 진짜 난 공포영화 속에 내가 들어온 줄 알았다. '노노노, 암고나 리브 투마로우 모닝.' 하고 얼른 들어와서 문을 걸어 잠궜다. 설마 내 맘속에 있던 '네버 네버 네버!!' 소리를 쳤다가는 뭔가에 찍혔어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였다고 돌이켜본다. 아 진짜 지금도 생각하면 끔찍하네.

이 시트와 베갯닛은 언제 갈았는지도 모르고, 나름 한여름인데 찌뿌둥한 공기는 당연히 시원하지 않고, 문열면 수풀에서 벌레들이 돌진할 것 같았다. 최대한 내 몸이 이 집 천에 닿지 않게, 긴팔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긴 바지를 입고 양말을 신었다. 베개에는 나노입자도 통과하지 못할 듯한 한국산 비닐봉지를 깔았다. 거기에 정말 반듯이 누워 양 무릎을 모두 세웠다. 그럼 발바닥만 침대에 닿을테니까. 그렇게, 1시부터 7시까지 꼼짝않고 잤다. 사실 얕게 잤다. 엉엉. 거기서 십라 잠이 오나요, 그러다가 천둥번개 치며 비도 왔다. 아아아아아악. 아침에 일어나서 빛의 속도로 세수를 대충하고 캐리어 끌고 나왔다. 원래 예약했던 호스텔로 돌진했다. 정말 죽다 살아났다. <Hostel>이라는 영화를 이 여행 끝나고 본게 정말 다행이다. <Minbak>이라는 이름의 후속 버전을 몸소 체험할 뻔했다.

방에 들어가기 싫어서 피씨방까지 갔구나. 어허허. 작년 그날 썼던 글이
요기 잉네

이 때부터 크라쿠프는 내게 천국뿐이었다. 생애 최고의 호스텔을 만나게 되었다. 그곳은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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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Q :: Gagism Quality : 세계 최고의 호스텔(이었던) Greg and Tom's @ Krakow, Poland 2011-07-08 11:16:08 #

    ... 나서 갑자기 유럽여행기를 올리는데는 조금 주저함이 있다. 부끄럽다. 무려 2년동안 똥을 덜 쌌다니. 근데 내가 보기에 닦기까지는 아직 멀었어. -_-;정말 세계 최악의 숙소 Theodore's(링크) 에서 새벽같이 뛰쳐나와 미리 예약했던 Greg and Tom's(이하 GTH)로 갔다. 정말 아침 일찍 씻지도 않고 찾아가서 안 받아주 ... more

덧글

  • 봉현 2010/07/26 05:10 # 답글

    아 안녕하세요 저 얼마전에 크라코프에 있었는데 호스텔을 한 세번 옮겼다는ㅋㅋㅋㅋ
    크라코프의 그 분위기도 생각나고ㅋㅋ 혹시 생애최고의 호스텔이 L로 시작하지는 않는지?

    12유로라니 너무 비싸네요-_- 저는 한 7,8 유로줬던 듯한데,
    지금은 부다페스트인데 첫날 늦게 도착해서 어쩔수 없이 역근처 호스텔에 갔는데
    냄새나고 낡고.. 그 정도야 익숙한데 노숙자가 다른 침대에 자고있어서ㅠㅠㅠ

    불안 초조 냄새풀풀 샤워실엉망..다음날 정말 방에 들어가기 싫어서 아침일찍 나와서
    밤늦게까지 거리를 해맨것도 똑같ㅋㅋ 저도 짐안풀고 잠만 자고 나와서 당장 옮기고
    옷부터 빨았다지요ㅋㅋ 지금있는 호스텔은 천국이네요.
  • 데스땡 2010/07/26 11:22 #

    L로 시작하는 호스텔...... 아, 아닙니다. 아쉽네요. 퀴즈영웅은 안타깝게 놓치셨네요. 하하.
    12유로 지금생각하니 진짜 뒤집어 쓴거죠. 역뒤쪽 버스터미널 바로 앞에 있던 무난한 호스텔도 싱글룸이 12유로정도였는데 말이에요. 진짜 최악이었어요. 더럽고 음산하고 공포스럽고!!! 그 집에 저밖에 없었거든요.

    정말 여행다닐때 잠자리가 엄청 중요한거 같은데 봉현님은 남은 여행 깔끔한 잠자리가 함께 하시길~~ 부다페스트라니까 말씀드리는데요, 한번 근사한 식사하고 싶으시면 http://destin.egloos.com/2423084 여기 가보세요~~ 헝가리 특산물이 파프리카, 토카이와인, 푸아그라 라던데 푸아그라요리 저도 여기서 처음 먹어봤네요. PC하지 않은 음식이긴 한데, 외국인들이 한국 놀러와서 개고기 먹어보는 정도의 열린마음으로 가봤어요. 근사하게 차려먹고도 2만원 안나왔는데 지금은 환율 떨어졌으니 더 싸겠죠?
  • sabina 2010/07/26 10:03 # 답글

    하하하 낚였군요.
    저도 전에 투르크에서 숙소 낚인 적 있어요. 숙소 낚시꾼들이 전국적 연합이 있어서 입조심 하지 않으면 안되요. 현재 묵은 숙소에서 "여기 싫어서 xx도시로 떠난다" 요런 말이라도 흘리면 다음 도시 터미널에서 (전) 숙소 낚시꾼 주인 친구가 에이포에 내 이름 써 놓고 가슴팍에 들고 기다리고 있어요...ㅡㅡ "SABINA@@@ Welcome!"덫 중에서도 그런 덫이 없어요.

    훈 족의 나라에서 온천은 가보셨나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체코랑 훈가리 온천이 좋다고 나오길래, 부다페스트에서 젤 유명한 온천을 가봤어요.

    우리나라 그 좋은 워터파크+스파에 비교하니 웩!!!!

  • 데스땡 2010/07/26 11:25 #

    그러게요.. 주위에 값싸고 질 좋은 호스텔도 많더만 하필 여기 걸려갖고ㅠ 그나마 Theodore's는 숙소낚시전국연합에 들 수준도 안되요. 그냥 독거노인이 세월을 낚듯 여행자들을 한둘 낚아서 생활비 하는 정도인듯요. 밤엔 공포체험이 써비쓰~

    훈가리에서 온천 유명하단 얘긴 들었는데, 전 먹으러다니기 바빴어요 하하하. 타일붙어있는 동네목욕탕 스러웠을 거 같아요.
  • Carlos S. 2010/07/27 13:55 # 삭제 답글

    전 그동안 방 빌려서 지내다가 29일 에콰도르로 넘어갈꺼라 오늘 호스텔로 옮겼는데
    무서운 뉴스가 있네요-_-
    이 호스텔 있는 동네 다른 호스텔에 손님을 가장한 총든 강도가 들어와서
    호스텔을 싸그리 청소해갔다는...말 안 드는 손님 개머리판으로 다 쳐버리고..
    아,남미는 있으면 있을수록 무서운 소식이 뇌내에 차곡차곡 쌓여가서
    여행하기가 더 떨리는거 같아요;
  • 데스땡 2010/07/27 13:57 #

    열정의 남미!!! 호스텔에 있는 애들, 돈있는 애들도 아닐텐데..
    제가 동유럽여행다녀와서 영화 <호스텔>을 본거보다, 까를로스님은 좀 더 현실감있는 뉴스로 나왔다니 더 후덜덜.... 부디 남미에서 무사하시길!!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혁명을 일으켜주세요ㅠ
  • 김도형 2010/09/03 07:46 # 삭제 답글

    나중에는 기회 되시면 사이트 검색 다시하고 ㅋㅋ 부다에서 좋은데서 주무시고 가세요. 아마 역 근처에 있는 노동자 숙소에서 묵으신거 같은데.. 크라카우 7,8 유로는 진짜 옛날 얘기 아닌가요 ? 한번 숙소 정리해서 올려야겠네요. Sabina 님은 어디 온천을 가신건지...여기도 워터파크는 시외에 최신식 시설 있습니다. 오래된 전통 온천 겔레르트나, 새로 개장한 루다쉬 괜찮은데..
  • 데스땡 2010/09/03 15:54 #

    설마 노동자숙소에서 잤겠습니까. 그냥 쫌 거지같은 민박이었던거죠. 역 주위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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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진심으로 애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