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남4일째/따리] 따리고성(大里古城) / 우천종결자 by 데스땡

지긋지긋한 대도시 쿤밍을 떠나려고 아침 일찍 터미널에 갔다. 휴게소에 들렀는데, 버스를 착각해서 20초간 내가 타고온 버스가 떠났다고 생각한건 안자랑. 진짜 심장이 방광까지 쿵 떨어졌다니까. 버스에서 간만에 푹잤네. 이제 중국사람들이랑 대충 의사소통해야 내가 원하는걸 얻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 따리꾸청! 이 한 마디로 버스 얻어타고 중간에 내리고 다 했네. 음하하하. ㅠㅠ

지금은 완전 비수기도 아닐텐데 쿤밍도, 따리도 게스트하우스에 나밖에 없다. 심심해. 여기 운남쪽 관광지 특징이 중국인들이 95%라는 거야. 그래서 인포메이션에 가도 외국어 안내책자나 지도도 없어. 음, 생각해보니 중국어 안내책자도 없어. 고백하자면.... 인포메이션같은거 없어.ㅠㅠ 그나마 한국이나 일본애들은 한자라도 좀 읽을텐데 서양애들은 도대체 어떻게 다니고 있는 걸까. 밥은 어떻게 먹지? 버스는? 하아.. 귀신같은 사람들.

내가 도착하기 전날까지 따리에는 비가 많이 왔다고 한다. 나 유럽에 갔을 때도 그랬지만 내가 가는데마다 비가 그쳤고 해가 쨍쨍 내리쬐서 자외선 지수가 되게 높았거든. 근데 여기도 내가 오니깐 맑디 맑다 못해 더워 뒤지겠네. 그래도 구름의 고장 운남이다보니 구름은 뭉게뭉게 생기지. 어쨌든 난 운우지정 종결자야.



따리는 되게 신기한 지형에 자리잡고 있다. 해발 4500m짜리 창산이 있고 급격하게 산이 잦아들어서 넓은 평야가 있고 그러다가 횡으로 길게 얼하이 호수가 자리잡고 있어서 진짜 큰 도시가 앉을 자리가 만들어져있어. 좌청룡 우백호 배산임수 목화토금수 다 따져서 세운 서울도 입지가 멋지긴 한데, 서울이 고속버스 안내양 자리라면, 여기 따리는 잘나가는 엉아들만 앉는다는, 고속버스 맨 뒷자리야. 동쪽으로는 엄청나게 큰 창산과 서쪽으로는 얼하이 호수를 두고 성곽이 둘러싸야 있고 그 주위에도 민가가 있지. 여기는 그래서 성곽도시. 성 안에 게스트하우스도 있고 술집도 있고 과일가게도 있고 절도 있고 옷가게, 기념품가게도 있다. 이를테면 폴란드의 고도 크라쿠프같은 느낌도 조금 나는데, 아마 다음도시 '리쟝'에 가면 크라쿠프와 더 비슷하겠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 둘 다 성 안으로는 차가 못들어오거덩.

남북으로 가운데 길은 차가 못다니는 번화가고, 옆 창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을 도시 안으로 흘려서 졸졸졸 물이 흘러. 아마 옛날엔 상하수도로 썼겠지 뭐. 지금은 일종의 조경효과. 성안도 많이 개발이 되긴 했는데, 얘네는 fake를 이렇게 잘 만드니. 새로 지은 것도 꽤 자연스럽더라고. 한국은 티가 팍 나잖아. 절도 새로지으면 막 번쩍번쩍하고.


저 뒤에 성문, 성문 뒤엔 창산, 창산에서 흘러온 계곡물이 성 안으로 들어오고, 사진 안의 나는야 따리지엔느.



따리는 지역 이름을 딴 맥주가 있어서 기대를 많이 했었다. 근데 이상하게 중국은 생맥주를 안먹네. Draft라고 써있는 병을 먹어봤는데 더 밍밍해. 중국맥주는 거품이 고운대신 첫맛이 약간 쌉쌀할뿐 부드럽게 넘어간다. 쌀이 섞인 맥주라서 그렇겠지. 복분자 비슷한 과을을 안주삼아 따리맥주 한캔으로 하루를 마무리. 오늘은 그냥 성안 구경.

덧글

  • 노리개 2011/05/29 20:56 # 답글

    따리지엔느... ㅋㅋㅋ 맞아요. 사진을 보니 따리고성은 따리시내를 전부 새로 만들어 놓은 무슨 민속촌을 말하는 것이였어요. 그리고 제가 말타고 올라간게 창산이었군요. 이제 생각 나네요. 창산 꼭대기에 무슨 절인가 있었던거 같은데 거기를 말타고 가다가 떨어져 죽을뻔 했다는 ㅎㅎㅎ 호수에서 배타고 돌아보고 그랬어요. 사실 따리 게스트하우스에서 한국인들한테 마작을 처음 배웠다는... ㅎㅎㅎ 3일 내내 마작하면서 술마시고...;;; 스포츠웨어 용품점이 꽤나 많던데요? 전부 가짜인거.... -_-;;;
  • 데스땡 2011/05/29 22:47 #

    리장고성에 사람들이 몰리니까 샘나서 따리도 축성했다고~ 그래서 그런가 네모네모지게 잘 만들어놨어요. 지금 리장고성에 왔는데, 여긴 길 잃을까봐 못나가고 있는중 ㅠㅠ 한국인들과 마작! 저도 그런 이벤트좀 있었으면!! 한국인도 드물고 색목인도 드물어요. 그나마 유명한 게스트하우스에 오니 색목인들이 드글드글하군요.
    말타고 산에 오르는게 무섭다는 설이 많아서 호도협은 쭉 걸어갈까 생각중이에요. 아 피곤해.
  • 오오 2011/05/29 20:57 # 답글

    성안으로는 차가 못들어간다는거 놀라운데요 걸어다닐정도의 규모인가요? 보고있자니 언젠간 또 가보고싶어지네요 흠...
  • 데스땡 2011/05/29 22:50 #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조건이 차 안다니게 하는거에요. 근데 서울처럼 큰 도시 생각보다 많지 않은듯요. 크라쿠프나 따리나 바삐걸으면 한두시간안에 대강 한바퀴 돌 수 있을정도에요. 사람 사는 스케일은 요 정도가 적당한듯. 서울도 성곽을 다 복원한다는데, 서대문에서 동대문까지 10km정도 되려나? 커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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