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호스텔(이었던) Greg and Tom's @ Krakow, Poland by 데스땡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을 세 개 받는 의미는 이거다. "아주 특별한 요리집, 그 식당이 여행의 목적이어도 됨(Exceptional cuisine, worth a special journey" 그렇다면 비슷한 권위를 자랑하는 데스땡 가이드에서 별 세개짜리 호스텔을 꼽는다면 단연코 폴란드 크라쿠프에 있는 Greg and Tom's hostel을 꼽으련다. 이 곳을 꼽는데에 아무런 주저함은 없지만 2년이나 지나서 갑자기 유럽여행기를 올리는데는 조금 주저함이 있다. 부끄럽다. 무려 2년동안 똥을 덜 쌌다니. 근데 내가 보기에 닦기까지는 아직 멀었어. -_-;

정말 세계 최악의 숙소 Theodore's(링크) 에서 새벽같이 뛰쳐나와 미리 예약했던 Greg and Tom's(이하 GTH)로 갔다. 정말 아침 일찍 씻지도 않고 찾아가서 안 받아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샤워도 시켜주고(수건 준다) 성대한 아침도 줬다. 십라 나 울뻔 했잖아. 정말 거지같은 곳에서 천국으로 고속승진한 기분. 위치도 좋다. 크라쿠프 기차역 광장에서 길만 건너면 되고, 그러니 버스터미널에서도 자연스레 가깝고, 비엘리츠카 소금광산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에서도 가깝다. 또 크라쿠프 북쪽 성문에서도 가깝고 블라블라.



<크라쿠프 올드타운 전체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 차가 못들어온다>

일단 호스텔의 필수요소를 쌔워보면 이쯤 되겠지.
1. 일단 깨끗한 잠자리. 아늑할 것
2. 화장실과 샤워실 시설이 우왕굳일것
3. 여행지와 도보로 가까울 것
4. 친절한 Staff들이 여행정보 물어보면 능수능란하게 대답해줄 것

이 정도야 당연히! 갖춰야 되는건데, 저 악몽스러웠던 Theodore네 집은 하나도 해당이 안돼! 뭐야? 수박인데 물이 없어! 슈크림빵에 설탕을 안 넣었어! 아저씨 여기 탕수육 주시는데 제가 돼지고기 알레르기 있으니 돼지고기는 빼고 주세요 하면 나오는 요리야! 그러니까 졸라 고자야 고자. 아, 그 테오도어 영감 아직도 살아있나 모르겠다. 내가 유일하게 미워하는 폴란드인 테오도어.

다시 GTH로 돌아가서
근데 여기는 위의 조건뿐만 아니라,

 
1. 도미토린데 2층침대가 없다. 한 방에 침대가 4~6개가 들어가 있는데, 침대 사이도 넓고 시트 색깔과 커튼 색깔과 주는 수건의 색깔, 다 깔맞춤 해서 줘~~~ 꺄오.

요 방은 4인용 노란방이었던듯. 중간에 방을 한번 옮겼는데 그땐 빨간 방이었다. 침대 위엔 개인 스탠드 있고 옆에는 열쇠 잠글 수 있는 사물함 있다. 자물통 준다. 유럽풍의 apartment 몇개 층을 쓰다보니 이런 방 세개 정도에 거실이 하나 있고(조리가능) 큰 화장실에 세탁기도 있다(세탁가능). 샤워실과 화장실은 Reception이 있는 곳에 또 몇개가 있다. 널찍널찍하고 환기도 잘됨. 리셥션이랑 분리되어 휴게공간과는 아예 가구분리가 되어있다보니 자는 곳은 아주아주 조용하다.


2. 매우 풍족한 아침(for free)

바게트와 각종채소(토마토, 푸성귀)와 과일(체리, 수박등등), 삶은 계란, 올리브, 햄, 치즈, 우유, 요거트, 시리얼 등등을 맘껏 가져다 먹는데, 아침식사 시간도 칼같이 7-9시가 아니라 오전 11시까지였을껄. (시작시간은 잘 모르겠다) 현지식 좋아하는 나지만, 음식들 앞에서 이성을 잃고 엄청 먹었네. 특히 오시비엥침(aka 아우슈비츠)갈땐 먹을 곳이 마땅치 않으니 아침을 잘 먹고 가야하는데, 음.... 요플레 같은것도 한 두어개 챙겨 가져갔다. 그렉 미안.


3. 여긴 내 마음속의 최고가 아니라, 실제로 호스텔월드 같은 곳에서 뽑은 최고의 호스텔이다. Staff들도 유쾌한 친구들이고 물어보면 잘 도와준다. 일처리도 빠릿빠릿하다. Greg과 Tom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한 Staff 말로는 일찌감치 호스텔을 시작한, 똑똑하고 좋은 보스라더라. 24시간 리셉션이 열려있고 휴게실엔 DVD와 PSP같은게 있어서 양코쟁이들은 여행와서 술쳐먹고 게임하거나 낮에 맥주먹거나 테이블위에 끊이없이 리필해주는 계절과일(그땐 체리 혹은 블루베리)만 쪽쪽 빨아 쳐누워있다. -_-;

<여기저기서 받은 각종 상장들>



4. 비엔나의 뇌살적인 물가에 시달리다가 와서 더 그랬겠지만 숙박비도 아주 흐뭇한 수준. 4인실 도미토리가 70PZL. 2009년에 갔을때랑 지금 똑같네. 그때 1 zwolty가 400원정도 했으니 28,000원. 지금은 환율이 조금 내렸으니 약간 더 싸겠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좋아하면 6인실 55PZL 내고 리셉션 있는 층에 묵으세요. 2인실도 있는듯 140PZL그래서 가족이나 젊은 부부 손님도 많다.

사실, 비엔나에 있다가 와서 70쯔워티가 괜찮아 보이는거지 주위의 다른 호스텔은 더 싸다. 크라쿠프가 너무 좋아 하루 더 묵으려 했더니 여긴 항상 풀부킹이라 자리가 없었더랬다. 그래서 역근처의 다른 호스텔을 추천해줘서 갔더니 아마 40쯔워티였던듯. 시설도 나쁘진 않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난 다시가래도 GTH로 갈꺼다. 아침 한끼 먹고 굶지~


5.
알고보면 이정도 깨끗하고 활기차고 쉬기 좋은 호스텔은 많을 수도 있다. 비싼 데 가면 당연히 좋을테니까. 하지만 이 호스텔의 최고 장점은 요일별로 달라지는 프로그램이었다.
예를 들면,

월요일은 저녁때 폴란드 가정식 요리를 맘껏먹게 :: 결코 비싸지 않은 밥값을 내면 메인 식당에서 포틀럭파티 하듯 폴란드 여리를 주어먹으며 이리저리 부킹다닐 수 있다-_-;;
 
화요일은 Polish Vodka Tasting Day :: 폴란드엔 보드카가 유명하다는데, 그래서 30쯔워티 정도 내면 시내의 바에 가서 4종류의 보드카를 마시고(아우 독해!!!) 다들 술김에 달아오른 상태로, 다들 우르르 호프집에 몰려가서 술을 부어라 마셔라. 이때 눈 많이 맞는 거 다 보여~~

수요일은 Nowa Huta city walk~ 이건 아래에 다시.. 이게 하이라이트였다.

목요일은 Mad dog인지 Hot dog day인지 해서 주방에서 핫도그 무제한 쳐먹기. -_-;

이런 식이다. 핫도그데이가 준비하기 쉬워서인지 일주일에 두번쯤 했고 또 다른 시내도보여행 코스가 있었던듯도...
Nowa Huta 걷기는 크라쿠프 여행의 보석같은 시간이었다. 그게 사실 뭔지도 잘 몰랐고, 크라쿠프는 아우슈비츠밖에 모르고 갔음에도 비엔나-부다페스트-크라쿠프-프라하 중에 제일 좋았던 도시가 되었던 큰 계기가 저 프로그램이었다고.

낮 몇시까지 호스텔 리셉션으로 모인다. 프로그램 참가비를 얼마 내면, 교통비(그래봐야 트램타고 간다), 노바후타에서 차한잔값, 그리고 가이드비가 포함인데, 진짜 얼굴은 효도르처럼 생긴 땅땅한 슬라브 청년이 우릴 데리고 간다. 이 친구 되게 좋았는데 이름이 기억안나네.


노바 후타는 크라쿠프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오래된 신도시(?)다. 1945년에 폴란드가 공산화된 후, 사회주의, 공산주의 의념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찬 시대에, 도시 전체를 이상적인 이념에 맞게 디자인 한 곳이다. 부다페스트에서도 공산주의 박물관과 공산주의 시대에 세워졌던 동상들을 모아놓은 공원을 가서 반공교육을 철저하게 받고 왔는데(이렇게 얘기해놔야 가카가 날 이쁘게 봐주시지) 이제 그 이념이 지금 개방된 동유럽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직접 눈으로 보게 된 것이다.




건물은 Social Realism에 어울리는 회색빛이지만, 건축쟁이들의 버릇을 완전히 공산화시키지는 못했던듯 Fake order와 창문의 데코레이션은 많이 퇴화했으되 남아있다.

스팟스팟을 돌며, 어릴때 이곳에서 살았던 호돌이청년이 자기 이야기와 역사이야기를 적절히 섞어서 이야기를 해주고, 나중엔 fancy하게 꾸민 공산주의 소품가게에서 옛 기록물들을 본 후 차나 맥주를 한잔 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했다. 이곳은 '당성'이 어느정도 보장된 사람들이 들어와서 살 수 있었던, 그야말로 공산주의적인 도시였댔다. 하지만 그건 표면적인 모습이었고, 철강공장과 그 노동자들이 살던 이 도시는, 비효율적인 공업으로 인해 꿈꿔온 것만큼 풍요롭지는 못했는데, 그래서 호돌이 청년의 가족들도 가난한 공산주의를 참 싫어했다고.. 하지만, 호돌이의 누나의 남편은 꽤 당성이 강한 집안이라 뭐 대놓고는 얘기 못하고 등등등.

얘전엔 선전으로 이용되었지만 지금은 조롱비슷하게 이용되는 영상을 보면, 처음엔 쿰의 도시였더랬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해서 자기 집을 짓고, 자기가 일할 공장을 짓고, 그 공장에서 일하고, 그 집에서 쉬고. 건물의 배치도 공산주의 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만들고. 사실, 결과적으로는 소련식 군사적 공산주의는 실패한 것이 되었지만 부다페스트에서도 느낀 거고 여기서도 그렇고 공산주의내지는 사회주의의 매력은 인간의 모든 성과물을 하나의 이념으로 꿰뚫으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경제, 미술, 건축, 음악, 철학, 정치, 군사 등등등. 그것만은 정말로 멋질 뻔했다.




여긴 아파트 단지 마다 가운데 있던 벙커.  마린 4마리는 당연히 못들어가겠고, 히드라가 침 뱉으면 바로 아밀라아제 뒤집어 쓰겠다. 호돌이 청년의 말로는 어릴땐 이곳이 놀이터였다고 했다. 회색 콘크리트 군사시설이 놀이터. 공산주의가 감성적으로 실패한 것이 그것이겠지. 인간 (추상적) 이성만을 철썩 같이 믿은 것.



아파트 사이사이는 종종 이렇게 넓다. 군중들이 모여 아니, 군중들을 모아 이념을 끊임없이 통합하고 이끌어가기 위한, 실재화 혹은 건축화. 하지만 실제로 노바후타는 점점 슬럼이 되어가고 있다. 저소득층의 주거가 되어 범죄율도 높고, 소득은 낮고, 또 Old city나 혹은 요새 지어지는 주거와는 달리 Human scale에서 아주 멀다 보니 사람이 아늑하게 살기엔 힘들어져 버렸다. 철강업이 몰락하니 실업률이 높아지고 불만이 쌓여서 스킨헤드도 다닌다고 한다. (그래서 호돌이가 말하길 여긴 관광객이 혼자 돌아다니기엔 위험하다고.. 특히나 나같이 누가봐도 외지인인 경우엔 더더욱)


저 하얀 선들이 노바후타의 간선 도로다. 가운데 모이는 곳에 도시의 방점이 찍힌다. 대중집회도 열리고 관공서도 있고. 하지만 지금은 쓸쓸한 도시.







뒷모습으로 찍힌 사람이 우리를 이끌었던 노바후타 토백이 호돌이. 이 친구 되게 멋있는 애다. 폴란드 청년들은 실업률이 높아 비실대는 경우가 많거나 좀 똑똑한 애들은 서유럽 특히 북유럽쪽으로 많이들 빠져나간다고 하는데 이 친구는 폴란드에 남아서 이런저런 걸 하고 싶다고 했었다. 책도 몇 주 후면 서점에 나온다고도 했고. 밝고 친절하고. 하하 친절한 걸 자꾸 얘기하는 이유는, 여기 동양인은 나밖에 없었는데 영어도 제일 못하고 수줍은 나에게 와서 자꾸 말도 걸어주고 이것저것 폴란드 얘기도 해주고. 사랑해 호돌이.

보드카 테이스팅 프로그램과는 조금 다르게, 이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연령대도 조금 높고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다. (보드카 그쪼근 20대 초반 양코쟁이들 부어라 마셔라 판이다.) 가운데 lady는 아일랜드에서 변호사 사무실 직원인데 레닌을 존경한다고 했고, 오른쪽의 잘생긴에는 지 애인이랑 같이 온 미국애였다. 왼쪽의 애들은 브라질에서 온 네명의 일행이었는데 확싷히 감정적이었다. 진상이란 얘긴 아니고. 벨기에에서 영어선생님하는 친구는 나한테 맥주도 사줬다. 좋은 친구다. 근데 코를 너무 골더라. 다들 공산주의와는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었고,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남쪽? 북쪽?을 물어봤다. 김정일은 정말 제일 유명한 한국인 인것 같다. 국가보안법이나 예전의 한국 이념 대치에 대해 말해주면 다들 놀랐다. 폴란드 호돌이는 공산주의를 전면 부정하진 않았으나(자기 삶을 몽땅 부정하는 거니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가치를 훨씬 선호했다. 정말 우연처럼 얻어걸린 프로그램에서 난 중유럽 여행의 왕건이를 건졌다.


이렇게, Greg and Tom's Hostel은 좋은 곳이(었)다. (다른 외부 관광 프로그램도 많이 있다) 이 정도면, 이 호스텔을 가기 위해 크라쿠프에 방문할 만 하다고 굳게 믿는다.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gregtomhostel.com/intro.html 이고, 가려면 꼭 예약을 해야한다. 난 호스텔월드에서 했던듯.


근데, 지금 좀 찾아보니 Polish style dinner나 노바후타워크같은 프로그램은 없어지고 맨날 보드카 테이스팅이네. 아, 그럼 별 세개에서 별 두개로 떨어지는데? 흠.


덧글

  • Durandal 2011/07/08 14:18 # 답글

    전 2010년 겨울에 갔는데 Nowa Huta는 Greg and Tom's 호스텔에서 더 이상 투어 안해서 10cm 두께까지 쌓인 눈을 뚫고 갔다왔습니다;;

    3일 있었는데 매일 기본적으로 아침/저녁 제공이었고 저녁은 항상 술판이었죠 ㅎㅎ
  • 데스땡 2011/07/08 20:55 #

    사전 조사 많이 하고 가셨나봐요. 그냥 돌아다니기엔 그냥 좀 어두운 공산주의 신도시잖아요. 전 그 노바후타 토백이의 설명을 들었으니 괜찮았지만요.
    저녁도 줬나요? 오호- 다들 어리고 들뜬 애들이라 보드카 네잔을 주루루룩 훑어먹고 맥주집으로 바로 궈궈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_-;
  • 택씨 2011/07/08 19:43 # 답글

    아니 숙박비가 이렇게 싸도 되는건가요???
    가게 되면 반드시 숙박을 해야겠어요.
  • 데스땡 2011/07/08 20:56 #

    서유럽쪽에 비해 동유럽은 정말 눈 돌아가게 싸긴 싸요. 물론 관광지라 이제 물가가 많이 올랐겠지만 워낙 서유럽이 비싸니깐. 근데, 호텔 생각하시면 안되실 거에요~ 호스텔이잖아요. 큰 따님이 크라쿠프에 간다면 꼭 추천해주세요~
  • 2011/07/08 21:3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데스땡 2011/07/09 13:26 #

    동쪽으로 갈 수록 물가가 낮아져서 그런가요~ 다른 도시에선 저랗게 성대하게 안차려줘서 전 감읍했죠ㅠ. 저는 크라쿠프가 너무 좋았어요. 중세도시에서 한가롭게 걸어다녔던 곳.
  • 노리개 2011/07/13 22:45 # 답글

    이글은 정말 나의 배낭여행 욕구를 완전 불태워 주는군요.... OTL...;;;
  • 데스땡 2011/07/13 22:51 #

    불태워 없애드릴까요, 고객님?
    이미 노리개님은 제가 여름에 가고 싶어하는 곳에 계시잖아요. 배낭안매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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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진심으로 애도합니다.